"최고 콩쿠르 우승 비결요? 연습 또 연습이죠"

입력 2020-05-04 17:11   수정 2020-10-14 15:56


“팀을 꾸리고 5년은 지나야 ‘진짜’ 콰르텟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악4중주단을 결성하고 1년도 안 돼 2017년 노르웨이 트론헤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를 준비하던 에스메 콰르텟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직 설익었으니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2016년 10월 독일 유학생들인 배원희(바이올린)와 하유나(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이 뭉친 새내기 콰르텟은 보란 듯이 우려를 뒤엎었다. 현악 4중주부문에서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이듬해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에서는 더 큰 일을 해냈다. 최종 결선 무대 연주곡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G장조 15번. 이들은 ‘찰떡 호흡’과 농익은 연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콩쿠르 우승과 4개 특별상을 휩쓸며 세계 클래식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인 실내악단 최초 우승이었다. 위그모어홀 콩쿠르는 1979년 이후 하겐 콰르텟, 아르카디아 콰르텟 등 유명 현악4중주단을 배출한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악 콩쿠르다. 우승 후 대접이 달라졌다. 지난해 영국 투어 연주회를 했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모이는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알파 레이블로 첫 인터내셔널 음반 ‘투 비 러브드(To be Loved)’를 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에스메 콰르텟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다음달 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서울 이태원동 스트라디움에서 무관중 공연을 연 이들을 리허설 현장에서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예정됐던 유럽 연주와 아시아 투어가 모두 취소돼 속상했어요. 귀국한 후 14일간 자가격리 기간에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며 푹 쉬었죠. 국내 첫 리사이틀에선 우리와 관객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하유나, 허예은)

리사이틀 연주곡은 진은숙의 ‘파라메타스트링’과 슈만의 현악4중주 1번,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이 중 ‘파라메타스트링’은 데뷔 앨범 수록곡이다.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진은숙 작곡가님을 만나 코칭을 받았습니다. 아티큘레이션(음절별 연주방식)과 음정의 강약 등 세밀한 부분까지 조언해줘 훌륭한 연주곡이 나왔죠. 국내 팬들께 직접 들려주고 싶어 골랐습니다.”(배원희)

이들은 곡을 해석하는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곡을 함께 들으며 작곡가의 음악 세계와 곡을 쓸 때의 상황을 고려해 이야기를 짠 뒤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찾아내 악기별로 캐릭터를 설정한다고 했다. “슈만의 1번은 그의 ‘풋사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슈만이 행복했던 신혼 시절에 작곡한 곡으로 듣다 보면 그의 로맨스가 느껴지거든요. 2악장에서는 불안하면서도 순수한 슈만의 사랑을 표현할 겁니다.”(배원희)

연습 과정도 독특하다. 하유나는 “연습하다가 말로 풀기 어려운 부분에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작품 해석을 공유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멤버들은 “한 자리에 앉으면 호흡이 맞을 때까지 쭉 연습한다”며 “화장실 가는 것도 서로에게 허락을 맡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허예은은 “1년 중 1주일을 빼고 거의 매일 멤버들을 만나 네다섯 시간씩 연습했다”며 “워낙 자주 만나 연습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 배원희는 “네 명 모두 완벽주의 성향이라 한 음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연습을 다시 한다”며 “한 명이라도 게으르면 콰르텟을 계속하기 힘든데 우리 모두 연습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완벽’은 멤버들과 함께 들으며 얻은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라며 “연주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진심을 들려준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덧붙였다.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은 2000여 석 규모의 대형 음악홀이다. 일반 실내악 연주장보다 크다. 하유나는 “공연장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녹음할 때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뿜어낼 것”이라며 “스튜디오에선 소리의 미세한 부분에 집중했지만 공연에선 관객과 함께 대화하듯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리사이틀 후에는 에스메 콰르텟의 연주 세계를 확장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작곡가의 작품을 주로 연주했습니다. 감정을 줄듯 말듯 ‘밀당’(밀고 당기기)한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무대에서 감정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음악도 해보고 싶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등 러시아나 동유럽 작곡가의 작품들이죠.”(허예은)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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